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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책)

<실험의 힘> 실험은 '값'을 구하는 것이고 그것은 '명확한 이해'다.

by wookule 2021. 3. 7.

  책을 처음 읽을 때 잘 안 읽혔다. 그래도 꾸준히 읽었다. 책의 중반을 넘어가니 점차 잘 읽히기 시작했다. 책에서 나온 실험들은 의아한 결과도 있었고 당연한 결과를 보여준 것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실험을 왜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실험의 목적은 '값을 구하는 것이고 그 '값'이라는 것은 현상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바탕 자료가 된다. 당연해 보이는 실험을 하고 당연한 결과를 얻는 것은 결국 그 '값'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는 것과 실험을 통해 얻은 '값'의 무게는 다르다.

  책에서 나온 대부분의 실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의 적용 항목에 따라 대상자의 의사 결정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관찰한 실험이었다. 그런 실험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심리적인 실험이 대부분이었다. 대상에게 어떤 정보가 주어졌을 때 대상자는 어떤 심리적 변화를 느끼고 대조군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쓰였다. 저자인 마이클 루카, 맥스 베이저만 두 분 모두 하버드 경영 대학원 교수를 하고 계셔서 경영학적으로 데이터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개인적으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후반부에 실제 실험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심리학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풀었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겼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기업 입장의 이야기들이어서 경영을 하거나 마케팅 기업 쪽에 일하는 분들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아쉬운 포인트이기도 한 게 사례들의 깊이가 좀 얇다고 생각된다. 데이터와 결과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 실험으로 파생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되지 않는다. 이런 실험을 했고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에서 끝나서 다소 아쉬운 지점이다. 경영학적 관점과 데이터 중심 사고로 본다면 충분한 자료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호기심이 많은 나는 대상자의 선택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이 생겨서 심리학적으로 더 이야기를 풀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실험의 힘은 굉장하다. 나 역시도 스스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실험을 통해서 나와 제일 잘 맞는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서 실험을 하루에도 수십 번을 한다. 과학적 사고, 데이터 중심의 사고는 정말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험의 결과 값을 이해하는 것이다. 실험에서 구한 값이 가리키는 본질이 무엇인지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험의 결과는 항상 선을 향해야 한다. 본문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말이다. 

 

  실험은 대체로 긍정적인 힘을 갖는다. 그러나 모든 증거 수집이 그렇듯이, 증거의 가치는 실험을 실시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실험을 통해 소비자를 속이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한다면, 그 실험은 기업에게 좋지만, 소비자에게는 좋을 게 없다. 이런 부정적 기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조직에 충분한 투명성과 분계선을 둔다면 실험의 가치를 지키면서 최악의 남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소설 <1984>의 빅 브라더의 세상이 오지 않으려면 우리의 데이터는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까? 기업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이 시대는 개인정보가 기업의 이익이 되는 세상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과연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