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빵굽는 타자기 (책)

<마음챙김> 서평 (10대에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by wookule 2021. 1. 18.

  지난 여러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결핍이었다. 그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고, 그 시간을 지나오며 느낀 것이 있었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된다면 딱 두 가지만 알려주고 싶다.

1. 실패해도 괜찮다. 모든 것은 경험이고 과정일 뿐이다.

2. 선택하는 방법,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그 기준은 오롯이 '너' 자신이다.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 책 <마음챙김>을 함께 읽으면 되겠다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누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냐? 너다!! 네가 제일 불쌍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분이 말씀하신 게 수치적으로 내가 제일 불쌍하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불쌍하다. 옆사람이 눈물 흘리고 피 흘리는 거 닦아줄 정신은 있는데 자기 눈에 흐르는 눈물, 자기가 흘리는 피는 잘 모른다. 책의 표지에도 쓰여있는 자기 연민은 자기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최소한 자기 몸에 피가 나고 있는데 옆사람 눈물 닦아줄 생각은 하지 말자. 그건 상대에게도 불편한 일이다. 내 마음이 건강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서있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은 내가 읽고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독서의 즐거움 중 하나는 그동안 내가 고민하며 선택한 일들이 저자의 연구와 맞아떨어질 때 오는 희열, 오랜 시간 나의 고민이 헛된 고민이 아니었구나,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쏟았던 나의 노력이 건강한 고민이었구나 하고 저자에게 토닥거림을 받는 것 같다. <마음챙김>을 읽으며 작가인 샤우나 샤피로 박사님에게 여러 번 포옹을 받았고 토닥거림 받았다. 지난 시간이 혼자만 쓸쓸히 걸어왔던 시간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새에 곁에서 함께 걸었던 이가 있다는 반증이 되어주는 독서 시간이었다.

  

  10대 시절부터 나에게 한 가지 꿈이 있었다. 외적인 자극에 내면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런 꿈을 꾸었던 것은 내가 성숙해서가 아니었다. 눈치가 빠른, 자격지심이 있는 한 아이의 살기 위한 작은 기도였을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 때문에 스스로 상처 주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10대에 <마음챙김>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도 생긴다.

 

1. 의도는 우리의 가장 간절한 희망과 가치를 반영하는 쪽으로 마음의 나침반을 향하게 한다.
2. 주의는 우리 정신을 현재 순간에 머물도록 훈련시킨다.
3. 태도는 호의와 호기심의 태도로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나타낸다.

"뭐든 실천할수록 강화된다."
마음 챙김이라는 말은 불교 경전에 쓰인 팔리어로 삼빠잔나 인데, 명확한 이해라는 뜻이다.

 

  나는 4년 정도 관찰일기와 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있었고. 2019년 나에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었다. 감정이 없어진 것 같았다. 일상생활에서 감정이 요동치는 일이 없었다. 배우로서 감정이 무뎌진 것 같아 한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반응을 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이코패스처럼 공감능력이 없어진 게 아니었다.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픈 건 여전했다. 몇 달 동안 고민했지만 스스로 체크해본 결과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뿐 감정이 둔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지난 1월 1일 명상을 하다 깨달았다. 아... 내가 10대 때부터 꿈꿔온 외적인 자극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내면이 단단해졌구나, 그래서 내가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기뻤다. 그리고 <마음챙김>을 읽으며 더욱 확실해졌다. 이것이 책에서 말한 "반응에서 대응으로"였다는 걸...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샤우나 박사님의 에피소드가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2주 만에 아들 잭슨을 만난 날, 점심시간 전까지 해변에 도착해서 완벽한 햇살 속에서 완벽한 소풍을 즐기며 완벽한 하루를 보내면 스스로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 잭슨은 꼼짝도 안 하고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샤우나 박사님은 슬슬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잭슨 옆에 앉았고 잭슨은 개미 떼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올라왔던 짜증은 가라앉고 잭슨이 슬며시 몸의 기운을 모두 빼고 박사님에게 온전히 기댔다. 그때 박사님은 깨달았다. 바로 이거야.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거야.

 

초조함과 반응성 때문에 하마터면 이 순간을 놓칠 뻔했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핑 돌았다. 해변이니 소풍이니 시간이니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이 중요했다. 내 몸에 기대어 쉬는 내 어린 아들이, 우리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진정 중요했다. 마음챙김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특정 상황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대로 보고 행동하도록 해준다.

 

  마음챙김에 대한 어렵고 좋은 책은 많이 있다. 하지만 샤우나 샤피로 박사님의 <마음챙김>만큼 쉬우면서 좋은 책은 정말 드물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 4년 전에 책이 나와서 더 일찍 읽었다면 지금 보다 더 성장한 내가 있지 않을까 아쉬운 책.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마음을 보기 위해 나처럼 길고 긴 터널을 지나지 않고, '명확히'자신을 보고 마음속에 있는 상처와, 아픔과 행복과 사랑을 있는 그대로 만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