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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서평

by wookule 2021. 1. 8.

나를 정의하는 수많은 것들 중, 내가 선택한 것은 얼마나 될까?

  새 형광펜을 들고 읽기 시작했던 책이 처음에는 문장을 칠했고, 문단을 칠하다. 단락을 칠하고, 소제목을 칠했다. 책을 다 읽었을 때는 펜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서문 - 진정한 나와 만나다
1장 나의 창조주와 만나다
2장 나의 입맛과 만나다
3장 나의 식욕과 만나다
4장 나의 중독과 만나다
5장 나의 기분과 만나다
6장 나의 악마와 만나다
7장 나의 짝과 만나다
8장 나의 정신과 만나다
9장 나의 신념과 만나다
10장 나의 미래와 만나다
결론 - 새로운 나와 만나다

 

  차례만 봐도 흥미롭다. '나의' 라는 소유격을 뺀다면 무미건조할 수도 있는 제목이 '나의'라는 소유격 제목으로 만들어지니 궁금해진다. 지금은 상식이 되어버린 유전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 우리는 타고난 것이 있고 자라온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현재의 '나'가 된다. 말 그대로 '상식'이 되어버린 타고남과 환경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과학적으로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은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근데 이제 유전자와, 세균을 곁들인...

 

  인간을 동물이라 생각하냐 아니면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냐에 따라 책을 읽고 후의 충격, 혹은 소감이 많이 다를 같다. 상식으로 알고있는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상식 이상으로 인간은 많은 영향을 받는 다는걸 책은 과학적으로 조목조목 짚어준다. 문체는 유머러스 하지만 내용은 잔인할 만큼 사실을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유전자와 세균. 장내 미생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로 인해 나의 '자의식'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들이 모두 나의 의지보다는 타고난 것과 환경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삶을 살아왔다고 했을 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면서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있는 것인가? 어디까지가 운명이고 어디부터 선택일까?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내비게이션에는 중요한 두 개의 점이 있다. 현재 위치와 목적지. 두 가지 중에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다. 현재 나의 모든 상황과 위치를 알았다면 운명을 깨우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어진 운명 너머의 목적지를 향해 한걸을 한걸음 걸으며 끝없는 선택 위에서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규명하며 점과 점을 잇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인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넘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물려받은 유전가가 있고 주어진 환경이 있었으며 먹어왔던 음식이 있다. 이제 나의 선택에 의해 어떤 유전자를 줄 수 있는지, 어떤 환경에 살 것인지,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모르는 것. 무지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알게 되었을 때 행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유산균을 주문했... 단돈 얼마에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앎과 무지의 경계인 것 같다. 작은 실천부터 스스로를 알아가고 적용시키는 것이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과제라 생각한다.

 

  첫 번째 과제는 온전히 나의 힘으로 자신을 책임지며 사는 것이다. 나의 타고난 운명과 환경과 세균을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내가 어디 있는지 나의 위치를 아는 것. 운명을 받아들이고 아는 것을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읽으며 발걸음을 뗄 수 있다.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서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것에 도움을 받지 않을까? 내가 잘하는 것의 원인과 못하는 것의 원인을 어느 정도는 알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두 번째 과제가 생기게 된다. '나의'를 알아간다는 건 '너의'를 알아가는 것이며 나를 이해하는 것이 너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안겨준다. 관계에 있어서 대상을 얼마나 이해하느냐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책에서는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범죄자가 될만한 유전적 요인과 환경과 세균에 대한 이야기인데 과학적으로 일련의 과정을 이해한다고 해서 결과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깊이 얘기하면 끝이 없는 주제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홍글씨처럼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닌 위험에 노출된 환경의 사람들을 더 보듬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것 갑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범죄자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더 있다면 우리에게 선택권은 두 가지다. 따뜻한 배려 혹은 따뜻한 무관심. 

 

  첫 번째 과제가 끝나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첫 번째 과제는 끝이 없이 살아가며 계속 수정 보완해야 하는 과제이다. 스스로를 어느 정도 알게 되고 자신에게 적용해서 살아가기 시작했고  우리에게 두 번째 과제인 타인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을 때.. 그리고  저자는 책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자신과의 유전적 등가성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이기적 유전자를 향한 궁극의 반란이다. 나만 중시하는 원초적인 욕구에 저항함으로써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를 극복하고 타고난 본성이 아닌 학습한 본성에 따르는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이것이야 말로 우리 모두의 도전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 인간에게 있어서 최선은 온전히 스스로 서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후에는 조금 더 힘을 길러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다음은 누군가를 부축해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며 다음은 손이 닿지 않는 이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태어나면서 종속되어버린 '나의'몸과 마음과 정신을 위해서 사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한 것을 이룬 후에 당연하지 않은 것을 행하는 것만큼 멋있는 게 없는 것 같다. 

 

  우리에게 당면한 첫 번째 과제. "너 자신을 알라" 이 책과 함께 라면 조금더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시도해 볼 수 있다. 멋있게 당연하지 않은 것을 하기 위해 우선은 당연한 것을 잘해보자. 이 책에 의하면 타고남에 따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거운 사람도 있다. 그러니 내가 먼저 성장하고 힘을 길러 함께 성장하는 길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