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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책)

제목이 <움직임의 힘>인 데 왜 나는 왜 10번 울컥했는가?

by wookule 2020. 12. 13.

 

  씽큐ON 8기를 지원하기 위해서 서평을 써야 하는데 어떤 책으로 쓸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큐블리케이션을 시작했던 첫 번째 책으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사두었던 <움직임의 힘>을 책장에서 꺼냈다.

 

<움직임의 힘>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읽으면 나는 인류애, 사랑을 느끼게 될지 정말 예상하지 못 했다

 

  책의 제목을 듣고 나는 운동심리학에 관한 이야기 일거라고 생각했고 신박사 TV의 큐블리케이션 영상을 보면서 책에 대한 기대감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마음속 깊이 울림을 줄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작가인 켈리 맥고니걸은 건강 심리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강사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쓴 유명 작가이기도 하고  TED 강의 조회수 상위권에 있는 '스트레스와 친구가 되는 법'의 강연자 이기도 하다. 나도 몇 년 전 이 영상을 보고 스트레스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충격을 받아서 확실하게 기억하는 강연중 하나였다. 이런 작가님의 책이라서 읽기 전부터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이 정도로 좋을 줄은 정말 몰랐다. 

 

 

 

  

1. 끈질긴 노력 끝에 맛보는 짜릿함.

 

  엔도 카나비노이드는 뇌 화학물질인데 대마초에 의해 모방되는 화학물질로, 통증을 가라앉히고 기분을 고양시켜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특정한 기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적당히 힘든 일을 20분 이상 꾸준히 수행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러너스 하이는 달리기의 짜릿함이 아니라 끈질긴 노력 끝에 맛보는 짜릿함이라 얘기한다. 엔도 카나비노이드를 사회적 연결과 결부시킨다면 "사냥과 채집의 기원을 여는 행동을 한가지만 고른다면, 나눔을 꼽겠습니다. 나눔이 결정적 역할을 했지요"라고 인류학자 허먼 폰처가 말했다. "날이 저물면 다들 그날 수학한 음식을 들고 와서 함께 나눠 먹습니다. 나누면 다들 배불리 먹을 만틈 충분하죠.

 

  신경과학자들은 엔도카나비노이드를 "근심을 없애고 행복을 선사하는" 화학물질이라고 말한다. 움직이면 행복해진다. 그리고 나누면 그것이 배가 된다. 어찌 보면 어렸을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던 이야기다 "운동을 해야 건강해진다, 베풀 줄 알아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들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것이다. 당연한 것이 '진짜'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는 '왜' 당연한지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움직임이 가져오는 화학적, 내적 즐거움은 예상했는데 유대감에서 오는 것들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놀라운 이야기들이 계속된다.

 

 

2. 푹 빠지기.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푹 빠지는 이유는 내재된 중독성 때문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뇌의 역량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운동은 습득된 즐거움이다.'

  '기적은 내가 완주했다는 게 아니라 내가 용기를 내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의 뇌도 자연스레 퇴화한다. 성인은 10년마다 보상 체계의 도파민 수용체를 최대 13퍼센트까지 잃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일상의 즐거움이 점점 시들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활발한 신체 활동으로 무뎌지는 감정을 되돌리 수 있다.'

  '궁극적 결과도 사람들이 강한 애착을 형성할 때 경험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규칙적 운동은 사랑에 빠지게 하는 뇌의 역량을 활용해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을 증진하는 관계에 즐겁게 헌신하도록 이끈다.

 

  무언가에 중독되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중독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모든 중독을 불편해한다. 하물며 좋은 의미의 중독이라 하더라도. 내가 중독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중독을 컨트롤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술, 담배, 도박, 게임 그리고 당연히 마약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을 아주 좋아하는 사랑주의자다. 이번에 <움직임의 힘>을 읽으며 움직이는 것에 대한 중독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임으로써 얻는 이득이 나에게 국한된 것이 아닌 내 주변에게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운동을 더 규칙적으로 해봐야겠다.

 

 

 

3. 집단적 즐거움

 

  '우리는 흔히 엔도르핀 분출을 고강도 운동과 연관시킨다. 하지만 타르는 동기화된 차분한 동작, 심지어 앉아서 하는 작은 몸짓도 통증 내성과 사회적 친밀감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9.11 테러 다음날 요가 수업 중 '동기화된 자세와 호흡은 이번에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데 그날의 엔도르핀 분출은 느낌이 평소와 달랐다. 행복감보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상처 받은 마음에 대한 위로 역시 집단적 즐거움이었다. 각자가 느낀 두려움, 혼란, 슬픔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우리는 차분히 숨을 쉴 수 있었다.

  '한 개인의 자아감이 다른 물체나 더 큰 집단으로 이동하면, 개인의 사적 공간에 대한 느낌도 이동한다. 내가 속한다고 여겨지는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은 자신감과 사교성으로 드러난다. 더 큰 공동체에 소속감과 신뢰감이 생기면 그리고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할 권리가 있음을 알게 되면 댄스파티나 그룹 운동 수업을 마쳤을 때 가슴을 더 활짝 펴고 나갈 수 있다.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이렇게 말한다. "일치단결로 인한 행복감은 우리 유전자에 너무 깊숙이 새겨져 지울 수가 없다. 그렇기에 예나 지금이나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속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남아 있다. 

 

  인간에게 같이, 함께는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보는 장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활동하는 부분이 많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또한 공동작업의 즐거움도 알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드는 것의 즐거움은 정말 행복하고 결과물이 완성되었을 때 공동체로써 느끼는 성취감이 어마어마하다. 유대감,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최근 몇 년간 나는 '위로'란 무엇인가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고 나름의 결론은 '곁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네가 혼자가 아니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상대가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 최고의 위로라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 역시 함께 하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된다. 혼자서는 위로를 할 수도 받을 수도 없다.

 

 

 

4. 마음껏 움직여라.

 

  '정말로 뇌는 음악을 움직임의 신호로 받아들이도록 내재화된 듯하다. 뇌 스캐너 장치에 꼼짝 않고 누워 있는 동안 당신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당신의 운동 신경은 밝게 빛날 것이다. 음악은 뇌의 이른바 운동회로를 활성화한다. 움직임을 계획하는 보조운동영역, 움직임을 조정하는 기저핵과 경막, 움직임의 시간을 조절하는 소뇌가 여기에 포함된다. 리듬이 강할수록 그리고 귓전을 울리는 음악을 당신이 좋아할수록 이러한 영역은 더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 꼼짝 못 하고 누워 있는 순간에도 그렇다. 마치 몸의 나머지 부위를 활용하지 않고는 뇌가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는 "우리는 음악을 온 근육으로 듣는다"라고 했다. 

 

  가장 많이 울컥한 장인 것 같다.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음악을 좋아하고 최근에 트럼펫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에 음악이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라 많은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음악은 추억과 함께 기억되기에 그 힘이 강력하다. 이번 장에 나온 음악들을 찾아들어보며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봐야겠다. 그것이 이 장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희열 일 것 같다.

 

 

 

5. 장애물 극복하기.

 

  '터프 머더의 경험은 육체적 장벽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장벽에 가깝다. 이 역시 의도된 것이다. 우리가 의도한 바는, 사람들이 '터프 머더에 참여했더니 글쎄 전깃줄을 통과하라지 뭐야'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난 이 장애물을 앞에 두고 하고 싶은지 아닌지 고민했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할지 말지 선택은 전적으로 참가자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희망을 과학적으로 가장 엄격하게 분석한 C.R. 스나이더는 난관에 부딪쳤을 때 이겨내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조건은 구체적 목표다. 구체적 목표가 있어야 희망이 솟는다. 두 번째 조건은 목표에 도달할 경로다. 경로가 있어야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세 번째 조건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다. 각 단계를 밟아 나갈 역량과 힘이 자기에게 있다고 믿어야 한다.

 

  5장과 7장에서 안티 프레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장애물들을 만나 통과하기도 피해 가기도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 장애물 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곁에 있다면 손을 내밀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또는 내가 그런 존재가 되어준다면 인생이 더 아름답게 변하게 된다. 

 

 

 

6. 삶을 포용하라.

 

  '심리학자들은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신체 활동을 녹색운동이라고 부른다. 자연 속에서 아무 활동이든 하면 5분도 안돼 기분이 좋아지고 앞날에 대한 전망이 밝아진다고 한다. 기분이 단순히 좋아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달라지기도 한다. 일상생활의 온갖 문제에서 멀어지고 삶 자체와 더 연결되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산책만 해도 사람의 체내 시계가 늦춰져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다양한 식물종과 함께 있기만 해도 균형감이 생겨 삶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심지어 자연 속에서 보냈던 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사람들은 주변 세상과 연결됐다고 느끼고, 일상의 걱정을 내려놓고 자기보다 더 위대한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을 좋아하고 가장 가고 싶은 나라도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 같이 대자연이 있는 곳이다. 항상 여행을 가서도 숲이나 자연이 있는 곳을 꼭 방문했는데, 그저 개인적인 취향인 줄만 알았는데 그것이 나만의 취향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당연하게 느끼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연이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해도 막상 도심을 벗어나 나무, 풀, 물이 있는 자연을 만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한다. 취향이 자연보다는 도시일 수 있으나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녹색운동이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좋다는 것. 내가 자연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7.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2011년에 애팔래치안 트레일 종주 신기록(46일 11시간 29분)을 세운 제니퍼 파르 데이비스는 저서 <The Pursuit of Endurance>에서 자신이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를 소개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통을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아픔은 절대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왔다 밀려가기를 영원히 반복한다. 삶이 별로 고통스럽지 않을 때는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울면서 기도하고 이를 악물고서 싸워나갈 수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아예 없어지게 할 수 있는다는 게 아닙니다. 내가 카드를 쥐고 있는 한 두려움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두려움을 어떻게 경험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내 두려움을 분석하고 똑바로 바라볼 수 있고, 또 그 두려움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은 방해물이 아니라 정보일 뿐입니다.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립니다.'

 

  이번 장을 읽으면서 살아있는 안티 프레즐의 화신들을 만났다. 나는 생각한다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지지부진하고 있을 때 이 시간들을 어떻게 알차게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래서 독서에 열을 올리는 것이고 다양한 활동들을 하는데 그 과정에 있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 이런 나의 모습이 담금질과 망치질을 번갈아가며 당하는 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물과 불을 오가며 망치질을 당할 것인가? 내가 강해지는 한계는 어디인가. 혹시 한계를 넘어서 부서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29살 때부터 생각해온 것이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을 때에 하자" 한계를 염려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이 시간을 내 안에 꽉꽉 채우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내가 할 일이다. 이번 장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을 가다듬고 내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움직임의 힘>을 누구에게 추천하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때 '숨이 붙어있는 사람이면 모두'라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움직이고 '함께'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이 책은 모두에게 충분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된다. 왜 큐블리케이션의 첫 번째 도서로 선정되었는지 정말 크게 공감하며 신박사님과 고작가님의 탁월한 안목에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