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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Palace (일상)

2012년을 떠올려보다.

by wookule 2012. 12. 31.



  2012년을 정리한다면 어떤 것들이 나열되어야 할까? 라는 생각으로 몇 달 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었다. 3월에 마지막으로 쓰고 12월 말일이 되어서야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3월 이후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우선은 3월 말부터 근 한 달 간 주제넘게도 그동안 찍어온 사진을 전시하게 되었다. 그것도 개인전씩이나.. 기회가 되어서 사진을 전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건 정말 병신 짓이었다. 19살부터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지금껏 살아오는데 정작 나는 오랜만에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서 영화도 공연소식도 아닌 사진전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입안에 온통 씁쓸한 맛만이 느껴졌다. 내가 취미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내가 지인들에게 오랜만에 전한 소식이 사진전이라는 것도 아니다. 나는 대학시절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연기를 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나는 연기에 도움이 되고자 촬영, 편집, 조명, 음향등 기술적인 부분들을 많이 배웠고 또한 스텝으로서도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하지만 난 정작 연기는 소홀히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 내가 나의 본업인 연기에 있어서 떳떳하다면 내가 무엇을 해도 부끄러울 것은 없다. 허나 내가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어 하고 있던 일들... 정작 난 연기는 등한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겉멋만 잔 득들은 똥개새끼였다. 블로그에 글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사진을 올리고 쓸 만한 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보여주기 위해 올려진 글들이 있어서 부끄럽다. 가식적이다.


김멍멍은 가식적이다. 이제는... 조금은... 진실 된 사람 진실 된 연기를 위해... ‘가식적이었다.’ 라고 말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진정성 있는 인간이 되어야겠다.



  그리고는 5월로 들어서면 나는 <미스터GO 3D>라는 영화를 만나게 된다. 제대로 된 첫 장편 상업영화. 하지만 내가 맡은 역할은 대사한마디 없는 야구선수.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이제는 연기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얼마 안 되서 이런 큰 영화에 작은 역할이나마 들어가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되었는데... 지금도 내년 여름에 개봉하는 영화에 한 컷이나 제대로 나올까? 라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3개월가량 영화현장에 있으면서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다. 같은 배우로서 형들과 친구들 그리고 동생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우물 안에 개구리였다. 작은 역할을 맡은 우리들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연기관과 신념이 있는 배우들이었다. 그들을 만나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나의 부족한 점도 많이 배웠다. 상업영화는 처음이라 나 스스로도 많이 긴장했었나보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200명에 가까운 스텝과 30명 혹은 그이상의 배우들이 함께 춘천 야구장에서 함께 3개월이 라는 시간을 보냈다. 눈을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한다는 작은 일이 그리도 많은 것들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알았다. 미스터고 때는 그걸 너무 못한거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많이 친해지지 못 한 것 같아 아쉽다.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아주 확실하게 배웠다. 그것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미스터GO 3D>는 워낙에 긴 시간을 함께해서 이야기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촬영 때문에 춘천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문래동에서 진행하는 텍스트 전시에도 참여를 했는데 이것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선은 촬영중간 중간에 시간을 내어서 작업을 해야 해서 육체적으로 피곤했다. 이것을 통해 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자기 능력밖에 일을 욕심내어서는 안 된다고 텍스트 전시는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 것이어서 연기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텍스트 전시를 안 한다고 할 수 없었다. 텍스트 전시제의가 들어왔을 때 내가 뱉어 놓은 건방지고 무식하게 짝이 없이 “예”라고 대답했던 것 때문에 책임감으로 작업을 했다. 하지만 이 텍스트 전시 때문에 나는 여러 가지로 곤욕을 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연기에 집중한다고 생각했을 때 텍스트 전시 또한 양해를 구하고 내려놨어야 했던 것이다. 어물정어물정하다. 호되게 경험했다. 하지만 결코 혼나는 것이 곤욕스러운 것이 영원히 나쁜 일 만은 아니다. 사진전을 하고 텍스트 전시를 하고 어느 순간엔가 내가 바보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구나. 혹은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로 인해 많은 것들을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온전히 나쁜 일은 없다. 사진전을 함으로써 나는 연기에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텍스트 전시를 하면서 사리분별을 배웠다. 나쁜 일들 힘든 일들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성장한다. 또한 새로운 기회도 찾아올 수 있다. 사진전을 하면서 라이딩클럽을 알게 되었고 나와 함께 작업하는 팀들은 1년간 승마를 배우며 말 사진을 찍었고 전시도 몇 차례 했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이어가고 있다.


나쁜 일이 온전히 나쁜 일이다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그러는 사이 나는 지인의 소개로 새로운 에이전시를 알게 되면서 영화<협상종결자>에 출연하게 되어 강원도에서 새로운 촬영장분위기를 느끼게 되었고, 열심히 찍었으나 뮤직비디오는 채 1초도 안 나오지만 국민첫사랑 수지에게 술도 엎지르고, 영화 <용의자>에서는 몇 회차 찍으며 스텝들과 조금씩 먼저 인사하기도 하면서 촬영장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게 많이 편해졌다. 영화를 보면 많은 단역들이 등장한다.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제는 영화를 보면 단역들 얼굴을 한 번씩 훑어보게 된다. 혹시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고... 언젠가는 이렇게 찾지 않아도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많이 착각한다. 단역과 보조출연을...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내 위치가 그것밖에 안되는 게 사실이니까...



  올해에는 특히나 예술적 활동이 많았는데 정점을 찍은 것이 ArtCon Park작가님의 작품에 모델로 참여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처음 알게 되어서 좋은 관계로 이런저런 깊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배울게 많은 인생 선배 혹은 형 혹은 예술계의 선배로서 좋아하는 분이셨는데 선뜻 먼저 제의를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응했고 또한 전시에서 작품을 보았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결국 배우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관객에게 감독에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택 받아야지만 살아가는 배우에게 지인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에 작품에 아무나 모델로 쓰시지는 않으실 텐데 콜라보레이션이라고 말씀해주시었다. 진정한 콜라보레이션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내가 배우로서 인정받고 배우 김병찬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한다.


연기를... 배우로서 살아야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새로운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다. 배우로서도 인간 김병찬으로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은 한해다. 올 한해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이렇게 만족한 일 년은 내 평생에 처음일 것 같다. 일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다. 나 스스로도 편해 질 만큼 고집도 없어지고.. 아직은 조금 남았지만.. 내가 잊고 있던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내 마음에 대해서 내 감정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난 가식적이다. 이것이 꼭 나쁜 의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내 본심과 다르게 상대방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 본심을 감춰버린 가식이다. 이제는 나도 내 마음을 내 보이며 살아야겠다.


말하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이다. 이젠 내 마음을 보이게 할 것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2012년에 있었지만 차차 밀린 이야기들을 해나가자...

아직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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